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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쾨펠의 '바나나' 를 소개합니다.

  • 쥐똥나무 (efarmer)
  • 2014-02-19 14: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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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나나를 볼 때 마다 어릴 적 흑백 TV로 보던 ‘타잔’이 늘 생각난다. 타잔의 침팬지인 치타가 바나나를 먹을 때마다 그 맛이 몹시 궁금했다.

그 때가 1970년대 초반이었고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바나나를 만나기는 무척 어려웠다. 지금은 동네 슈퍼에서 바나나가 없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며 그 어느 과일보다 싸고 철에 관계없이 쉽게 살 수 있는 가장 흔한 과일이 되었다. 흔하디흔한 바나나를 볼 때 마다 가끔씩 ‘얼마나 재배하기가 쉽기에 이렇게 많은 바나나가 수입되는 것일까?’ 는 생각이 스쳐갔지만 바나나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 관계로 관심은 거기까지였다.

얼마 전부터 아이쿱에서도 사실상 제주에서 바나나를 재배하는 것을 포기(?)하고 많은 논란 끝에 공정무역 바나나 수입을 결정했다. 수입을 결정하기까지의 일련의 지루한 논란을 읽으면서 ‘바나나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수선인가?’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먹음직스러운 노란 책표지에 끌려서 자투리 시간에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빌려온 댄 쾨펠의 ‘바나나’는 바나나에 관한 나의 생각들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제 다시는 바나나를 무심히 보아 넘기지는 못할 것 같다.

책을 읽어가면서 나는 바나나를 다시 보게 되었고 책장의 마지막을 덮으면서는 급기야 이 책과 이 책의 주인공인 바나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바나나의 기원과 전파, 바나나를 둘러싼 인간의 탐욕과 그로인해 빚어진 엄청난 비극들 그리고 치명적인 바나나 병의 원인과 바나나의 멸종을 막기 위한 생명공학자들의 노력들이 한편의 소설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저자는 2003년 바나나에 관한 짤막한 기사에 매료되어 3년에 걸쳐 바나나에 관한 자료를 찾고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한 끝에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고 서문에서 쓰고 있다.

그의 집요한 노력과 과학과 역사를 아우르는 통찰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저자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와 질문들은 공정무역에 관한 피상적인 이해에 머물렀던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었다.

 

2008년부터 나는 나의 ‘올해의 책’을 뽑기 시작했다. (물론 심심해서 시작한 일이다.^^)

2008년 ‘올해의 책’으로 뽑힌 영광(?)의 책은 레너드 믈로디노프의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였는데 그 이후 한 해를 제외하고는 수월하게 ‘올해의 책’을 선정할 수 있었다.(우연히도 댄 쾨펠과 레너드 믈로디노프는 TV에서 방영되던 ‘스타트랙’ 시리즈의 저자 중 한명이기도 하다.)

선정의 기준은 물론 지극히 사적인 것이다. 나를 흥분시켰는가?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는가? 나를 감동시켰는가? 등이 기준이 되었지만 이렇게 꼭 단순하지만은 않은 은밀한 기준도 있었다. 그것은 세계와 인생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는데 도움을 주었느냐는 것이다.

 2014년의 초반이기 때문에 댄 쾨펠의 ‘바나나’를 아직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지는 않겠지만 나의 선정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책이기에 후보로 오르는 영광을 주고싶다.^^

 

아이쿱 책을 먹다 포스터의 책꽂이 위에서부터 7번째 칸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있는 노란책이 바로 댄 쾨펠의 ‘바나나’ 다. 교육위원회의 얼마 되지 않는 예산을 과감하게 투자해서 구입한 책 중에 하나이며 고잔동 사무실 책꽂이에서 조합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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