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기 남양주에 자리한 슬로푸드 체험관 ‘달팽이숲’에선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원광디지털대 한방건강학과와 약선식생활연구센터(소장 고은정)에서 주최한 ‘약선요리 발표회’가 바로 그것. 이날 행사를 주관한 고은정 소장(55)은 원광디지털대 한방건강학과 동문들과 함께 이른 아침부터 약선음식을 만드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우리는 흔히 약재를 넣어 만든 음식을 ‘약선(藥膳)’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땅에서 난 제철 채소 등을 이용해 자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 만든 음식이 약선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에 순응하면서 만들어 먹었던 음식이 바로 보약이며 약선이지요.”
고소장은 “된장찌개 하나를 끓이더라도 제철 재료를 이용해 정성으로 만들면 얼마든지 보양식이 될 수 있다”고 잘라 말한다.
고소장과 약선음식과의 만남은 지난 2000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인 강원 춘천의 산골로 찾아들면서 시작된다. 이후 산야초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는 관련 서적 등을 뒤져 가며 공부에 매달렸고, 산과 들을 다니며 산야초를 채취해 효소를 담그기 시작했다. 그러다 ‘산야초를 제대로 알아보자’며 원광디지털대 문을 두드린 것이 지난 2005년.
“공부를 하면 할수록 우리 약초가 지닌 신비한 힘에 놀랐습니다. 예를 들어 감기에 생강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생강이 감기의 종류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건 잘 모르죠.”
산야초에 대한 그녀의 관심은 우리 땅에서 나는 모든 먹을거리로 이어졌다. 춘천 생활을 접고 지리산 자락인 전북 남원에 터전을 마련한 것도 이즈음의 일이다. 이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산야초를 찾아 지리산을 헤매고, 대학 동문들과 머리를 맞대며 약선음식 연구에 매달렸다. 지난해 2월에는 동문들과 함께 약선식생활연구센터를 만들었다.
“한의학에 ‘불치이병 치미병(不治已病 治未病)’이란 말이 있어요.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건강할 때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죠. 이는 음식만 제대로 먹어도 어지간한 질병은 예방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것이 우리가 약선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려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약선을 배운 사람들이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고마움을 표시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고은정씨. 그녀에게 봄기운이 감도는 요즘 몸에 좋은 약선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봄철 기운을 보하는 데 부추만한 게 없어요. 부추를 살짝 데쳐 콩가루에 무쳐 먹거나, 된장 푼 물에 넣어 살짝 끓여 먹으면 몸에도 좋고 맛있죠.” 농민신문, 남양주=백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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