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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2014) 6월 책 너머 보고서입니다.
2014-06-26 10:44:36
평정평온 (jfoster) <> 조회수 610

I. 지난 모임

* 일시 : 2014년6월16일(월)10시20분~12시30분

* 책 : 『서민의 기생충열전 :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서민 저, 을유문화사)

* 5 월의 시 : 김수영의 ‘풀’

 

II. 차기 모임 안내

* 일시 : 2014년7월21일(월) 10시~12시

* 책 : 『침묵의 봄』(레이철 카슨 저 , 에코리브르)

* 6월의 시 : 함민복의 ‘사과를 먹으며’

 

III. 『서민의 기생충열전 :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를 읽고

『서민의 기생충열전 :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유순희

이 책은 ‘기생충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목표로 방송과 대중 강연을 통해 기생충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서민 단국대 교수가 쓴 ‘일반인을 위한 기생충 교양서’이다. 서민 교수는 서문에서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분명히 언급한다. 요즘 기생충이 다 없어져서 할 일 없겠다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기생충은 아직 멸종하지 않았고, 파리나 모기, 바퀴벌레가 그런 것처럼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에 살아남을 존재들이다” 라고. 하나하나 다 나름의 신비함을 품고 있는 개개의 기생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으며 “특히 사람에게 감염되어 병을 일으키는 기생충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그럼으로써 치명적 증상을 일으키는 기생충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한다고. 대학 사회의 많은 교수들이 교수 업적으로 인정받는 교과서만 집필하고 있는 현실에서, 단국대의 경우 300점인 학술서 대신 30점짜리인 교양서적인, 서민 교수의 이 책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우선 재밌다. 기생충에 대한 정보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유머 코드를 글에 충분히 녹여낸 서민 교수 덕분에 중간중간 박장대소하거나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책장을 넘기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서민 교수의 세계관이 반영된 비유에 웃다가 잠깐 멈칫할 수는 있다. 어, ‘심해지는데’ 정도로.

“기다란 벌레가 몸 안에 들어 있으면 밥을 먹어도 그 기생충이 빼앗아 먹으니 살이 안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몇 년 키우다 나중에 약을 먹어 기생충을 빼낸다면 소위 말하는 기생충 다이어트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 하지만 우리 생각과 달리 기생충은 그다지 많이 먹지 않으며, 광절열두조충처럼 긴 기생충도 하루 밥 한 숟가락을 먹지 못한다.…… 세상에 쉽게 이루어지는 다이어트는 없다. 광절열두조충을 먹는 대신 고기를 덜 먹고 운동을 하자.”

- 82~83쪽 -

“이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계속 걱정하는 사안인데, 지구 온난화는 혹시 백인들의 피가 먹고 싶은 말라리아의 음모가 아닐까?”

- 231쪽 -

“미국도 아프리카에서 노예들을 많이 데려왔지만, 미국에는 먹파리가 없어서 회선사상충이 전파되지 않았다니, 나쁜 일을 한다고 해서 꼭 벌을 받는 건 아닌가 보다.”

- 281~282쪽 -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서 햄릿은 아버지가 죽고 난 뒤 같이 덮고 자던 이불의 온기가 식기도 전에 자신의 숙부와 결혼해 버린 어머니에게 이렇게 절규한다.

“아,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로다!”

셰익스피어가 주혈흡충을 알았다면 그 대목을 이렇게 고치지 않았을까 싶다.

“아, 약한 자여. 그대는 꼭 주혈흡충 암컷과 같도다!””

- 294쪽 -

 둘째 뇌근육이 튼튼해진다. 개별 기생충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와 친절한 치료법 안내까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참 많다. 수돗물을 통해 감염되는 와포자충, 미나리를 조심하게 만드는 간질(‘발작’한다는 게 아니라 간을 주로 침범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 인체 감염 시 간담도에 살며, 당도를 확장시키고 염증을 일으키는 등의 병변을 나타내는 간디스토마가 소의 경우에 해당할 때 간질임), 밥도둑 간장게장에 숨겨진 폐디스토마, 삼겹살을 익혀 먹어야 하는 이유 갈고리촌충의 유충 유구낭미충,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 멧돼지 육회를 먹으면 왜 안 되는지 설명하는 선모충, 정력을 위해 먹는 뱀과 개구리 때문에 걸리는 스파르가눔 등 실제 삶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가 많으니 한번은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셋째 상식이 풍부해진다. 책을 읽는 도중 “아니, 이런 깊은 뜻이”, “그렇구나”라고 무릎을 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서민 교수의 풍부한 상식이 독자에게로!

“생선회 하면 누구나 일본을 떠올릴 만큼 일본의 전통 요리로 알려져 있지만, 혹시 우리나라에서 회를 먼저 먹은 건 아닐까? 일본에서 생선회가 널리 퍼진 건 임진왜란 후인 에도시대 이후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이전에도 생선회를 먹은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선회의 원조가 우리나라라는 건 아니다. 춘추전국시대의 『시경(詩經)』에 구운 자라와 생선회 이야기가 나오고 ‘인구에 회자되다’의 ‘회자’가 ‘날생선과 구운 고기’라는 뜻이니, 다른 문화들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생선도 중국에서 전래된 것이겠지만, 최소한 일본보다 먼저 회를 먹은 건 확실해 보인다.”

- 110쪽 -

“성경책에 쓰인 이 구절을 보면 성서시대 초기에도 이미 돼지고기의 위험성을 알았던 모양이고, 과거 유대인들이 돼지고기를 못 먹게 했던 것도 겉보기엔 멀쩡하게 보이는 돼지를 잡아먹은 뒤 쓰라린 경험을 했던 게 원인이 됐다고 한다. 7세기 경 모하메드가 식단에서 돼지고기를 금지한 것 역시 선모충의 위험성을 알았기 때문이라는 게 학자들의 추측이다.

1791년 35세의 나이로 요절한 모차르트의 사인으로 중독설을 비롯해서 연쇄상구균 감염설 등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된 바 있는데, 그중 한 가지가 바로 선모충이다. 모차르트는 죽기 44일 전 돈가스 비슷한 돼지고기를 덜 익혀 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 감염된 선모충이 그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것이다.”

- 189~190쪽 -

““브루터스, 너마저도!”로 유명한 줄리우스 시저는 50세가 됐을 때부터 간질 발작을 시작했다고 한다. 입에 거품을 물면서 갑자기 쓰러지는 일이 잦았다는데, 셰익스피어 작품집 『줄리우스 시저』1막2장에도 시저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을 정도다. 원래 간질이란 건 어릴 적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니 시저의 간질이 유전적인 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시저가 간질을 시작하기 몇 년 전에 이집트에 다녀온 것에 주목하자. 이집트는 갈고리촌충의 유행지로, 시저가 거기서 어떤 형태로든 갈고리촌충의 알을 먹었고, 그로 인해 간질이 생겼다는 게 한 학자의 추측이다.”

- 217~218쪽 -

“말라리아는 예로부터 ‘학질’로 알려진, 우리나라에도 있는 질환이다. 우리나라 말라리아는 매우 온순해서 사람을 죽이는 일이 드물지만, 걸리면 고열이 나서 사람을 빈사 상태로 만드니 그리 만만한 병은 아니다. 지독한 경험을 했을 때 ‘학을 떼다’라는 말을 쓰는 것도 말라리아가 그만큼 지독했다는 방증이기도 한데, 호란 때 잡혀갔다 돌아와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은 소현세자의 경우 독살설이 유력하지만, 학질로 죽었다는 설도 만만치 않다.”

- 223쪽 -

 넷째 생각하게 만든다. 10만 년에 가까운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이 기생충 없이 살아 온 기간이, 선진국에 국한된 얘기지만, 1950년대 이후의 60여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약자의 먹이를 빼앗으니 비열할 수는 있어도 언제나 먹을 만큼만 먹으니 탐욕스럽지 않은 기생충이 현재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고 하는데. 즉, 잘 사는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알레르기 질환(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환자에게 투여하는 기생충 추출물(분비배설항원), 알레르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자가면역질환에 쓰이는 돼지편충과 주혈흡충 등 기생충을 이용한 인류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기생충이든 사람이든 모든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이기적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자손을 번식시키려 하니까. 마냥 징그럽게만 생각했던 기생충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게 된 책읽기였다. 세상 미물은 모두 존재 이유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인류애든 돈을 위해서든 지구상의 생물체 중 사람을 많이 그러면서도 꾸준히 죽이고 있는 말라리아 백신 연구에 자금을 대는 빌게이츠도 있고 인류 이동의 비밀을 밝힌 기생충이 인류의 복지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리려는 서민 교수도 있고. 여하튼 ‘나쁘거나 이상한 기생충 말고 착한 기생충’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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